이정관세법인 파트너 관세사 권용현
1. 미국세관의 원산지 직접사후검증 프로세스
한·EU FTA에서는 EU세관이 대한민국 관세청에 우리나라 수출기업에 대한 원산지검증을 의뢰하여 관세청이 검증하는 간접검증방식이나, 한·미 FTA의 사후검증 방식은 직접검증방식으로써 미국연방세관(Customs Border Protection, CBP)이 우리나라 관세청을 경유하지 않고 우리나라 수출기업을 직접 검증하는 형태로 원산지사후검증이 진행된다. 현재 미국세관으로부터 직접사후검증을 받고 있는 우리나라 수출기업의 수가 갈수록 증가하고 있는바, 많은 기업들이 어떻게 대응하여야 할지 모르는 경우가 많아 이를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해 보인다.
먼저, 미국세관의 원산지사후검증 프로세스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우리나라 수출기업이 미국에 제품을 수출하면서 원산지증명서(Country of Origin)를 수입자에게 발급하면 수입자는 미국세관에 수입신고 ENTRY 시, 한·미 FTA 특혜관세의 적용을 신청하고 특혜관세 적용을 받게 된다. 이 과정에서 미국세관 담당 공무원이 당해 수입제품에 대한 검사과정를 진행하면서 CBP Form 28을 수입자나 수출자에게 송부할 수 있다.
CBP Form 28은 letter의 형태로서 앞면에는 수입신고일자, 수출자, 품명, HS code, 미국세관담당자 등의 기본정보와 거래당사자간의 특수관계여부, WTO관세평가협약에서 규정하고 있는 관세평가(Customs Valuation) 등에 대한 질문들이 있다. 즉, 이 CF 28은 반드시 FTA 원산지 검증만을 위한 요청서는 아니고, 모든 item/entry에 적용하는 Form으로서 수입 entry 과정에서 미국세관이 확인하고자 하는 사항들을 확인하는 letter이며 그 중의 하나가 원산지 검증인 것이다.
FTA 원산지 사후검증 측면에서는 CF 28의 내용 중에서 미국세관 담당자의 메시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볼 수 있는데(앞면에 기재), 통상적으로 원산지 소명 자료의 요청은 이 메시지를 통하여 원산지입증 요청자료를 리스트업해서 뒷면에 열거하고 있다. 예를 들면, HS code 분류근거, 원자재명세서(BOM), 제조공정도, 협력업체가 역내산이라고 공급한 근거서류, 원산지판정의 근거서류 등이 그러하다.
CF 28을 수취한 수입자나 수출자는 요청일로부터 30일내에 모든 자료를 영문으로 작성하여 미국세관 담당자에게 DHL 등을 통하여 송부하여야 한다. 미국세관담당자는 수출자 등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검토하여 당해 제품의 원산지의 진정성을 검토하게 되고, 이상이 없을 경우에는 구두 통보 등으로 case를 close시키며, 이상이 있다고 판단이 내려질 경우에는 후속조치 (CBP FORM 29 letter)를 통하여 부과처분 등의 결정내용을 해당 기업에 통보하게 된다. 그러한 미국세관의 판정 결과에 대하여 이의가 있는 경우에는 이의제기나 소송과정을 통하여 불복청구를 할 수 있다.
2. 미국 세관의 직접사후검증에 대한 초도 대응의 중요성
미국 세관의 원산지사후검증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해당 letter를 받은 기업의 초도대응이다. 모든 자료를 영문으로 작성하여 미국세관에 송부하여야 하기 때문에 사안에 따라 물리적인 시간이 부족할 수 있고, 협력업체에 대한 관련 서류를 요청받게 되는 경우라면 더욱 시간이 부족할 수 있는데, 여하한 간에 초도대응이 부실하면 미국세관으로부터 후속조치 또는 현장실사가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필자는 2012년 하반기부터 미국세관의 원산지검증 대응을 위한 자문업무를 수행해 오고 있는바 그 경험에 의하면 30일이라는 기간이 결코 길지 않다. 물론 일정기간 연장 가능은 하지만, 원산지사후검증 초기 단계여서 가급적 미국세관이 요청하는 기한을 연장없이 준수하는 것이 좋을 수 있고, 실제 CF 28 letter의 수발신 기간을 고려하면 대략 3주정도의 기간이 확보된다고 볼 수 있다. 경험했던 사례 중에 결코 웃지 못할 사건이 있었는데, 해당 letter를 수령한 국내수출기업의 우편담당자가 일주일을 방치하고 일주일 후에 회사 내 원산지관리전담자에게 전달하여 뒤늦게 임원진에게 보고된 경우가 있었다.
남은 기간이 2주 정도에 불과하여 모든 업무당사자가 주말을 반납하고 요청자료를 작성준비하여 서둘러 검토하고 자료를 부랴부랴 송부한 사례가 있었다. 당시에 한가지 사실을 깨달았는데, 이러한 관리프로세스상의 사소한 이슈가 대응과정에 적잖은 영향을 미치게 되었고, 한·미 FTA는 미국세관의 직접검증방식이기 때문에 그 과정에서 전혀 예상하지 못하는 이슈들이 나올 수 있으며, 이러한 예상치 못한 이슈들까지 아우르는 FTA 관리프로세스가 중요하고 필요할 수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해당 요청자료를 미국세관공무원이 검토한 후에 추가 질의서를 보내올 수도 있다. 원산지판정 근거에 대한 세부내용을 항목화하여 추가질의하게 되면 더욱 구체적인 입증 자료를 제출하여야 하기 때문에 수출기업의 입장으로서는 업무부담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최초 제출 자료를 어떻게 작성하느냐가 중요하며, 만일 최초 제출된 자료들간에 서로 불일치하는 내용이 있다면 추가 질의 과정을 통하여 구체적인 내용과 자세한 입증자료를 요청하기 때문에 최초 제출 자료의 내용들은 서로간 일치하는지, 그 내용들이 실제 사실과 다르거나 잘못 작성되지는 않았는지, 추후 추가질의가 나올 경우를 대비하여 입증하지 못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지는 않는지 등을 반드시 검토한 후에 미국세관에 제출하는 것이 필요하다. 우리나라 FTA 이행 특례법은 원산지검증에 대한 대응 과정에서 관세사와 변호사의 조력을 받을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는바, 다른 FTA 사후검증은 수출기업이 자체적으로 대응한다 하더라도, 한·미FTA 사후검증대응은 외부전문가의 조력이 필요한 부분이라 사료된다.
또한, 필자의 미국 관세 파트너에 의하면, 사후검증 결과 문제가 발생된 경우 개별 entry 건에 대해서 관세 추징을 하고 사안에 따라 기업조사로 확대될 수도 있다고 하니 수출기업의 특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할 수 있다. 세상의 모든 일이 그러한 것처럼 첫 단추를 어떻게 꿰느냐가 중요하듯이, 미국세관으로부터의 사후검증에 대하여 충분한 자료의 검토 없이 초도대응이 부실하게 이루어지면 후속조치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초도대응의 중요성을 한번 더 강조한다.
3. 협력업체가 발급하는 원산지(포괄)확인서의 중요성
FTA를 적용함에 있어 기본적인 흐름은 제품을 최종 생산하는 기업이 수출을 할 때 당해 제품에 대한 원산지판정을 통하여 한국산이라는 원산지증명서를 수입자에게 발행하고, 수입자는 수출자로부터 수취한 원산지증명서를 수입국 세관에 제출함으로써 FTA 특혜관세를 적용받게 된다. 따라서 세관이 원산지사후검증을 착수하게 되면 당연히 FTA 특혜관세를 적용받은 수입자와 해당 원산지증명서를 발급한 수출자가 검증대상인 것이다.
그러나, 원산지증명서를 발급하는 수출자(동시에 생산자인 경우)는 당해 제품을 최종조립하는 기업일 뿐이고 해당 제품에 투입되는 자재와 부품은 협력업체들이 생산하여 공급하기 때문에 해당 자재와 부품의 원산지는 당해 협력업체가 입증을 해야 하는 것이 당연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최근의 원산지사후검증은 직수출기업뿐만 아니라 부품을 공급하는 협력업체에까지 그 범위가 확대되고 있는데 어찌보면 당연한 수순이라 할 수 있다.
정부의 적극적인 노력과 수출기업이 FTA 활용에 많은 관심을 보임으로써 이제는 주요 수출기업들은 스스로 원산지를 관리하고 판정할 수 있는 프로세스를 어느정도 구축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그 범위를 2차, 3차 협력업체까지 확대하면 전체적인 관점에서 원산지 관리 프로세스가 제대로 구축되어 있다고 보기는 아직 어렵다. 특히 미국세관이 협력업체도 함께 직접검증대상에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많은 리스크가 존재한다.
협력업체가 작성공급한 원산지(포괄)확인서의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거나 원산지와 관련한 이슈가 발생되면 전체 원산지판정 결과가 부인되며 이 경우 당해 최종제품의 수입자는 관세와 가산세 등을 추징당하고 원산지증명서를 발행한 수출자 역시 처벌을 받게 된다. 특히 최근 5년간 2회 이상 반복적으로 원산지증빙서류의 주요 내용을 거짓으로 작성하거나 잘못 작성한 사실이 드러나면 일정기간 해당 제품군에 대하여 FTA 특혜관세 적용이 배제될 수 있기 때문에, supply chain 상에 포함되는 모든 협력업체들의 원산지관리가 가장 중요하다 할 수 있겠다.
일부 기업은 협력업체의 FTA 원산지관리실태를 평가하는 자체평가프로세스를 도입하여 원산지관리상태가 양호한 협력업체와 그렇지 못한 협력업체에 대하여 차등적인 물량 관리를 하는 경우도 있다. 다른 일부 기업은 계약직을 고용하여 협력업체의 원산지관리상황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여 그 결과를 해당 협력사 임원과 공유하는 경우도 있으며, 금전적인 지원이나 외부전문가의 컨설팅을 제공해 주는 경우도 있다.
어찌 되었든 이러한 모든 시도는 미국 세관의 FTA 사후검증에 철저하게 대비하려는 노력의 일환임이 분명하고 각각의 개별 기업은 놓여진 상황에 맞는 협력업체 관리 방안을 수립하여 적극적으로 추진하여야 추후의 불이익을 사전에 대비할 수 있다.
FTA사후검증은 제3국의 FTA무임승차를 방지하는 핵심적인 FTA이행절차이다. 미국세관의 사후검증방식이 직접검증방식이기 때문에 분명 까다로운 과정이지만, FTA 혜택을 보는 당사자는 수출기업이기 때문에 동시에 그에 대한 책임도 수반되는 것으로 이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앞서 언급한 미국세관으로부터 CF28 letter를 수취하게 되었을 경우의 초도대응, 협력업체 관리에 대한 부분은 수출기업이 한·미 FTA 사후검증을 대비하여 절대 간과해서는 안 되는 부분이라 하겠다.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