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수입업체에 대한 세관의 사후검증 – 스위스산 금괴에 대한 사후검증 사례
지난 2006년 9월 스위스, 노르웨이, 리히텐슈타인, 아이슬랜드 등 유럽국가 4개국과 한EFTA FTA가 발효되었다. 이는 향후 EU와의 FTA(2011년 발효)를 위하여 교두보 형태로 당시 우리나라가 체결한 3번째 FTA였다. 2007년 관세청은 스위스에서 수입되어지는 금괴에 대하여 원산지가 실제로 스위스산인지 여부를 조사하는 원산지 사후검증을 실시하였고, 결과적으로 원산지가 부인되어 스위스산 금괴를 수입한 수입업체(한EFTA 특혜관세율 0%)들에게 175억여원을 추징하였다. 이는 지금까지 우리나라가 발효한 FTA와 관련된 최초의 분쟁사례이자 대규모 관세추징 사건중의 하나로 기록되어 있다.
국내 수입업체가 FTA 특혜관세를 신청·적용하기 위해서는 수출자로부터 원산지가 역내산(이 경우에는 한EFTA 체결국인 스위스)이라는 원산지증명서(Country of Origin)를 취득하여 세관에 수입신고시에 신청·제출하여야 한다.
금괴의 경우 2006년 스위스와의 한EFTA FTA가 발효되기 전에는 주로 홍콩 등지에서 수입되었고 스위스에서 수입되어지는 비중이 전체의 3%에 불과하였으나(고순도 금괴의 기본관세율 3%), 한EFTA FTA가 발효된 후에 스위스에서 수입되어지는 금괴가 전체 수입량의 절반에까지 급등한 사실에 관세청이 주목하여 원산지사후검증이 착수된 것이다. 실제로 필자 역시 당시에 어느 시중은행으로부터 재테크 용도로 스위스산 금괴를 매입하라는 마케팅 전화를 받았을 정도로 스위스산 금괴의 국내반입이 급등한 시점이었다.
본 사건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고순도금괴의 HS code는 제7108.12호이고 한EFTA 상의 원산지 결정기준은 HS 6단위 세번변경기준이다. 스위스의 제련업체는 남아프리카공화국으로부터 저순도금괴(7108.12호)와 금이 함유된 스크랩(7112.91호)을 수입하여 고순도금괴로 제련하는 제조공정을 거쳐 한국으로 원산지증명서를 발급하였다. 그러나, 관세청의 원산지사후검증 결과 남아공산인 저순도금괴의 HS code와 최종제품인 고순도금괴의 HS code가 6단위 세번변경이 일어나지 않았기 때문에 원산지가 스위스산임이 부인되었다.
그 과정에서 스위스세관이 최초에는 원산지요건을 불충족한다는 회신을 보내왔으나 이후 사건을 재조사하겠다며 결정을 유보하는 다소 애매한 상황들이 전개되었고 우리나라 관세청은 FTA 특례법과 한EFTA 협정부속서에 근거하여 특혜관세(0%)를 배제하고 기본관세 3%와 가산세를 부과고지하였다. (이후 조세심판원에서 가산세 부과 취소) 참고적으로 전세계 금 생산국은 남아프리카공화국, 미국, 호주, 중국, 러시아, 캐나다, 페루 등이며 따라서 본 사건과 같이 그 원산지를 따져볼 가능성이 충분히 있었다.
2. 인도산 다이아몬드에 대한 원산지사후검증 사례
다이아몬드에 대한 우리나라의 기본관세율은 5%로서, 한·인도 FTA(CEPA)상의 특혜관세율은 2010년 4.3%(2011년 3.7%), APTA상의 양허세율은 2.5%이다. 2010년 1월 한·인도 FTA(CEPA)가 발효되었는바 인도에서 수입되어지는 다이아몬드의 수입관세율은 원산지가 인도산일 경우 인하된 특혜관세율을 적용받을 수 있다.(점진적 세율인하)
또한, 그에 앞선 2006년에는 APTA(한국, 인도, 스리랑카, 방글라데시, 라오스, 중국 등 6개 회원국 사이에 체결된 특혜 무역 협정으로 아시아태평양무역협정으로 불림)가 발효되었고, APTA협정상 인도산 다이아몬드의 수입관세율은 2.5%이다. 즉, 우리나라의 수입업체는 인도산 다이아몬드를 수입하는 경우 한·인도CEPA와 APTA양허세율 중 유리한 세율을 선택·적용할 수 있는 것이다.
지난 2010년 7월 이후 세관은 수입업체에게 원산지증명자료를 요청하였고 인도산 다이아몬드(HS 제7102.39호)에 대하여 실제로 원산지가 인도산인지 원산지사후검증을 실시하였다. 좀 더 살펴보면, 우리나라 수입업체들은 원산지가 인도인 다이아몬드를 수입하면서 한·인도 CEPA가 아닌 ‘APTA’협정에 근거한 원산지증명서를 제출하고 APTA 양허세율(2.5%)을 적용받아 수입 통관하였다. APTA 상의 원산지결정기준은 부가가치기준인바, 인도산 다이아몬드가 인도 원석이 아닌 아프리카 등지에서 채굴된 원석을 가공한 물품이며 이러한 경우 원석이 제품원가의 상당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에 최종공정이 인도에서 일어나더라도 부가가치기준을 충족하기 어렵다는 사전분석에 주목한 것이다.
세관은 수입업체에게 부가가치기준이 충족하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원가자료 등을 요청하였으나 일부 자료만 회신되어, 관세청을 통하여 인도세관에 검증·의뢰하였다. 그러나, 인도수출검사위원회로부터 6개월이 경과되도록 입증자료를 회신받지 못했고(6개월 경과된 이후에 자료를 결과적으로 회신보내옴), 그에 따라 세관은 6개월내 미회신을 이유로 원산지를 부인하고 관세 등을 부과고지하였다. 원산지증명서의 확인자료를 제출하지 않는 경우 세관장은 제출된 원산지 증명서의 내용을 인정하지 않을 수 있다는 관세법상 규정과 관련 고시의 6개월내 미회신의 경우 특혜관세적용을 배제할 수 있다는 규정에 근거하여 부과처분한 것이다.
여기에 절차상 중요한 포인트가 있는데, 수입업체들은 인도산 다이아몬드에 대하여 한·인도 FTA가 아닌 APTA양허세율을 적용하였다는 점이다. APTA 협정문은 원산지검증절차를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있지 않다.(반면 한·인도 FTA협정문은 원산지검증절차를 규정하고 있다) 또한, 모든 분쟁은 당사국간 협의에 의해 우호적으로 해결되어야 한다는 분쟁해결조항이 있는바(APTA 제21조), 실제로 인도상무관이 관세청을 방문해 인도측의 검증회신지연사유 등을 설명하고 재차 인도수출검사위원회대표단과의 면담을 통해 분쟁해결을 위한 부단한 노력을 기울인 사실이 있다.
결과적으로 원산지입증자료회신이 없는 경우 원산지검증을 할 수 있을 뿐이고 APTA 협정에서 원산지검증절차가 규정되어 있지 않은 상황에서 6개월내 검증회신이 오지 않은 이유로 곧바로 특혜관세를 배제하기는 어렵다는 판단과 상대국 대표단과의 분재해결협의 등이 인정되어, 인도산 다이아몬드를 수입한 국내수입업체들은, 앞서 소개한 스위스산 금괴 사례와 달리, 추징한 관세 등의 환급이 바로 이루어졌다.
3. 중소수입업체의 FTA Contingency Plan
스위스산 금괴 사례나 인도산 다이아몬드사례 모두 수출자가 원재료를 제3국으로부터 수입하여 제조가공한 후 우리나라로 수출하였고, 국내수입업체들은 수출자로부터 원산지 증명서를 수취하여 특혜관세를 적용하였다. 우리나라 수입업체에 대하여 원산지 사후검증을 실시하는 것은 일전에 언급한 바와 같이 FTA 이행절차의 핵심이기 때문에 특혜관세를 적용받는 수입업체들에게는 필연적으로 뒤따르는 행정절차라 할 수 있다. 인도산 다이아몬드의 사례는 APTA 협정문에 구체적인 원산지검증절차가 규정되어 있지 않았던 점이 다소간 고려된 것이 사실이다. 다시말하면, 검증절차가 규정되어 있었다면 결과가 달라졌을 수도 있다.
이 두가지 사례를 통하여 우리나라의 수입업체들이 반드시 체크해야 할 부분은 수출자가 작성하여 보내온 원산지증명서의 내용이 사실과 다를 수도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수출자로부터 원산지 증명서를 수취할 때 수입자는 해당증명서의 내용을 신뢰할 수 있는지 최대한 수출자에게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 과정과 실재가 어떻든 특혜관세 혜택을 받는 주체는 수입자이고 원산지가 부인되어 추징을 받는 주체도 수입자이기 때문이다. 어쩌면 우리 회사는 영세한 중소기업이기 때문에 인도산 다이아몬드 사례처럼 수출국 상무관등 정부기관에 도움을 요청할 방법이 없다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요점은 그것보다는 수출자와의 긴밀한 커뮤니케이션 채널을 확보하고 이러한 사건이 발생하게 되면 즉시 수출자의 협조를 최대한으로 구할 수 있게끔 미리미리 관련 국내기관이나 지원부처와의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많은 글로벌 기업들은 비상시에 위기를 타계할 Contingency Plan을 가지고 있다. 수입시 FTA를 활용하는 수입업체의 경우에도 이러한 Contingency Plan이 필요하다. 그렇다고 대단하다거나 어려운 것은 아니다. 수출자가 보내온 증명서의 진정성을 최대한 확인하는 것, 그것을 위해 수출자와의 커뮤니케이션 채널을 지속적으로 확보유지하는 것, 평상시 국내지원부처나 협회, 기관을 활용하는 것, 이것부터 시작하는 것이 수입FTA에 있어 Contingency Plan이라 할 수 있겠다.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