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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고] FTA 사후검증 미리미리 대비하라
- 무역인을 위한 관세사 릴레이 기고④
- 2017.02.02 18:36 입력
# 미국으로부터 건강기능식품을 수입하는 국내기업 A사는 한-미 FTA가 발효된 2012년부터 미국 수출자의 원산지증명서를 제공받아 FTA 특혜관세를 적용해왔다. 그러나 최근 국내 세관으로부터 수입물품에 대한 원산지조사 통지를 받게 됐고, 미국 수출자 측에 원산지 입증자료를 요청해 확인한 결과, 자료관리가 부실하고 원산지기준의 충족여부를 입증할 수 있는 근거가 부족해 수년간 향유해온 특혜관세를 추징당할 위험에 처하게 되었다.
지난 10월, 관세청은 2011년~2015년 국내 기업이 부적정한 FTA 특혜관세의 적용으로 추징당한 금액이 2314억 원에 달한다고 발표했다. 2011년 164억 원이었던 추징액은 2014년 789억 원, 2015년 579억 원으로 급증하였으며, 추징 건수도 2011년 87건에서 지난해 640건으로 7.4배나 증가했다.
<표> FTA 수입 원산지검증 추징 실적(자료 : 관세청)
(단위 : 백만원)
구분 | 2011 | 2012 | 2013 | 2014 | 2015 | |||||
건수 | 금액 | 건수 | 금액 | 건수 | 금액 | 건수 | 금액 | 건수 | 금액 | |
① 원산지결정 기준 | 2 | 103 | 25 | 1,625 | 92 | 17,874 | 57 | 24,336 | 97 | 18,109 |
② 거래당사자 요건 | 25 | 606 | 28 | 1,444 | 129 | 13,019 | 246 | 25,228 | 268 | 25,687 |
③ C/O 유효기간 | - | - | 7 | 1,346 | 1 | 88 | 7 | 12,238 | - | - |
④ 특혜대상품목 요건 | 6 | 742 | 74 | 1,664 | 59 | 5,232 | 81 | 4,208 | 79 | 3,310 |
⑤ 직접운송 요건 | 3 | 246 | 5 | 800 | 8 | 4,968 | 4 | 2,917 | 17 | 3,598 |
⑥ 기타 | 17 | 13,095 | 76 | 5,199 | 41 | 4,248 | 47 | 7,187 | 85 | 4,363 |
FTA소계(A) | 53 | 14,792 | 215 | 12,078 | 330 | 45,429 | 442 | 76,114 | 546 | 55,067 |
일반협정특혜(B) | 34 | 1,576 | 38 | 3,841 | 40 | 17,054 | 14 | 2,756 | 94 | 2,788 |
총계 (A+B) | 87 | 16,368 | 253 | 15,919 | 370 | 62,483 | 456 | 78,870 | 640 | 57,855 |
‘부적정한’ FTA 특혜관세의 적용으로 인한 관세추징이 증가하고 있는 이유는 간단하다. 원산지증명서를 작성·발급받는 절차는 나날이 쉬워지고 있으나, 수입물품에 대한 원산지 검증시 국내 세관에 제출해야 할 원산지 입증자료는 상대 수출국에 있기 때문이다. FTA 체약국가별로 차이는 있겠으나, 현시점에서 기관발급 방식(한-아세안 FTA, 한-중 FTA 등)이건, 자율발급 방식(한-미 FTA, 한-EU FTA 등)이건 간에 상대국 수출자로부터 원산지증명서를 제공받는 것에 대하여 실무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기업은 거의 없다고 할 수 있다.
수입자는 수출자가 제공한 원산지증명서라는 종이서류 한 장을 통해 특혜관세를 적용 받는다. 그러나 정작 세관의 원산지 조사통지를 받고 부랴부랴 수출자 측에 자료를 요청해보면 입증자료가 미흡하거나 심지어는 원산지기준에 대한 인지조차 하지 못하고 있는 경우도 있다. 즉, 원산지증명서라는 서류의 발급행위와 원산지를 판정하고 소명자료를 관리하는 증명행위가 매칭되지 않고 있는 것이 문제이다.
지난 5년 간의 수입 FTA 추징금액 중 대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30%에 육박하지만, 위반 건수로 볼 때 나머지 70%는 중소·중견기업인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물론 중소기업의 입장에서는 억울한 면이 없지 않아 있을 것이다. 위·변조된 원산지증명서를 제출하거나 권한이 없는 자가 임의로 발행한 원산지증명서를 통하여 부당한 이익을 취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FTA에 대한 전문적인 정보가 부족하고, 고의성 없이 규정을 위반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FTA를 국가에서 제공한 세제혜택이며 기업이 누려야 할 당연한 권리로만 인식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FTA 협정문 및 국내법에서는 원산지증명서를 발급하는 수출자와 특혜관세를 적용받는 수입자 각각에 대하여 원산지증명서의 발행, 원산지 판정 및 증빙서류의 보관 등의 의무규정과 원산지 검증제도를 통해 수출자에 대한 조사 이전에 수입자를 우선적으로 조사할 수 있는 절차적 규정을 마련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거래당사자에게 원산지 입증에 대한 의무를 부여하고 있으며, 그 의무를 위반한 경우에 대한 책임은 결국 납세의무자인 수입자에게 귀결되는 구조이다.
한편 관세청에서는 자동차, 석유화학, 전기·전자 등 주요 산업을 대상으로 한 기존의 접근방식 보다는, 전략적으로 수입물품에 대한 원산지 검증을 실시하고 있다. 예를 들어, 국제 원자재의 생산·수급현황을 분석하여 특정국가를 원산지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되는 수입물품을 선별할 수 있다. 만일, 특정 원자재에 대하여 중국의 세계시장 점유율이 99%에 육박한다고 가정할 때, 해당 원자재를 주원료로 사용하여 생산된 제품이 미국으로부터 수입될 경우, 원산지를 미국으로 보기 어려운 정황이 포착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산업군별로 특정 FTA 협정에서 원산지기준을 까다롭게 규정하고 있는 경우도 검증대상이 되기 쉽다. 예를 들어 한-미 FTA에서는 식품류(관세율표 제01류~제24류)에 대하여 기본적으로 세번변경기준을 규정하면서 미소기준의 적용을 금지하거나 제한적으로 운용하고 있으며, 특정 원재료는 반드시 역내생산재료를 사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처럼 국내외를 막론하고 원산지기준을 충족시키기 어렵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검증대상으로 선별될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이다. 그만큼 원산지 검증대상의 선별방식은 기업의 규모와는 무관하다고 볼 수 있다.
유관기관의 중소기업 FTA 활용 애로사항에 대한 설문조사를 보면, FTA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지 못하는 이유에 대하여 ‘인력부족’, ‘원산지 증빙자료 관리의 어려움’, ‘난해한 원산지기준 해석의 어려움’ 등이 꼽힌다.
그러나 대기업을 제외하고, 전문인력을 채용하여 FTA 업무를 전담시키고 있는 기업이 몇이나 될까? 투자나 비용지출이 아닌 노력을 통하여 효과적으로 FTA 업무를 관리하고 있는 기업 또한 분명히 존재한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다양한 교육에 참석하고, 시간을 갖고 자체적으로 인력을 양성하여 관리방안을 모색하며, 전문가의 질의나 점검을 통하여 효율적인 업무체계를 구축하는 기업이 늘어나고 있다.
수입물품에 대한 원산지 조사에 대비하여 기업이 활용할 수 있는 제도는 FTA 특례법에서 규정한 원산지 사전심사제도 정도이다. 원산지 사전심사 제도는 기업이 수출입물품에 대한 원산지 소명자료를 세관에 제출하면 신청물품에 대한 원산지를 확인하여 주는 제도이다. 그러나 수입자가 본 제도를 통해 원산지 충족여부에 대한 확인을 받기 위해서는 상대국 수출자(생산자)로부터 충분한 자료를 수취할 수 있는지 여부가 문제가 된다.
특수관계자간의 거래를 포함하여, 외국 소재 기업으로부터 원하는 정보를 입수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더군다나 원산지 소명자료는 원재료 내역, 소요량, 제조원가, 생산공정 등 기업비밀자료로 취급될 수 있는 정보가 포함되어 있다. 따라서 수입자는 주요 수입물품에 대하여 생산에 사용된 원재료 내역, 원재료의 조달경로(원산지 등) 및 품목분류(HS) 정보, 원재료별 재료비 비중(%) 등 최소한의 정보라도 입수하여 원산지를 확인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원재료 내역과 HS CODE 정보, 재료비 비중(%)에 대한 정보만으로도 세번변경기준이나 부가가치기준의 충족여부를 가늠해볼 수 있다.
또한 협정상 원산지 사전심사제도가 규정되어 있는 경우(한-미 FTA, 한-EU FTA, 한-인도 CEPA 등)에는 수출자로 하여금 관세당국으로부터 원산지 확인을 받는 것을 계약조항에 삽입하는 것도 리스크 관리를 위한 방법일 수 있다. 정확하고 심층적인 검증은 세관에서 수입자 검증 이후에 협정별 규정에 따라 수출국 세관에 검증을 요청하거나 직접 수출자 검증을 통해 확인해야 할 사안이다.
또한 관세청에서는 기업의 요청이 있는 경우, 해외 수출자에 원산지 확인과 관련된 자료제공 협조를 구하는 공문을 발급해주는 등 최소한의 지원을 해줄 필요가 있다. 수입자가 외국기업에 자료 또는 관련 업무를 요청하면서 국내 관세당국의 공문을 첨부한다면 훨씬 효과적인 자료 수령이 가능할 것이다.
우리나라의 FTA 역사는 어느덧 10년이 넘었으며, FTA를 통한 전세계 경제영토는 날로 확대되고 있다. 그러나 무역증진을 위해 체결한 FTA로 인해 부족한 세수의 일부를 원산지 검증제도를 통하여 환수하는 역설적인 상황 또한 확산되고 있다. 수입 FTA를 활용하는 기업의 적극적인 관심과 위험관리가 더욱 필요한 시점이다.
서중원
관세사·이정관세법인 컨설팅본부
한국무역협회 FTA 강사
jwseo129@yijung.co.kr, 02-511-1326
주간무역 wtrade07@gmail.com